본문 바로가기

cuckold5

초여름, 계단 목에는 은빛 초커가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Stag & Vixen"이라는 작은 글자가 새겨진 그것은,오늘의 목적이 단순한 산책만은 아니라는 사실을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 위에서 은은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셔츠는 반 치수 작았고,봄과 여름의 경계에 선 저녁 공기는 그 얇은 천을 따라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단추는 세 개쯤 풀려 있었다.그 사이로 드러나는 가슴의 윗선은 무심한 듯 보였지만,모든 것은 의도 아래 놓여 있었다.나는 브라를 입지 않았다.천 아래의 미세한 움직임은 그대로 살아 있었고,작고 선명한 중심은 셔츠가 흔들릴 때마다 더욱 또렷이 드러났다.그러나, 그 감각은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너를 위한 준비였고, 네 기대를 조용히 반영한 침묵이었다. 짧게 수선된 짙은 회색 치마는 허벅지가 끝나는 선 위에.. 2025. 7. 20.
2장 - 우리는 왜 이야기를 가지지 못 했나? 불안, 도치, 그리고 익명 속의 소비 서구 사회에서는 non-monogamy, open relationship, polyamory 등다양한 비독점 관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성적 자기결정권의 연장선에서,사람들은 자기 성향을 해명하고 규칙을 설계하며,관계의 윤리를 함께 고민한다.반면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은여전히 ‘즐기되 말하지 않는 문화’에 머물러 있다.그리고 말하지 않는다는 건,곧 언어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적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은,익명 속이라 해도비난과 자기검열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욕망을 언어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바를 설명할 언어가 없어“그냥 좋아서”라는 말로 욕망을 눙치고,표현되지 않은 욕망은 곧 불안으로 전환된다.그 불안은.. 2025. 6. 6.
1장 - 구조 없는 욕망은 소비로 흘러간다 한때 한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파트너 쉐어링 커뮤니티는,법의 제재를 받으며 사라진 듯 보였다.그러나 현실은 달랐다.이들은 점조직처럼 흩어져 소규모 모임을 만들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그 안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대부분 파트너의 성적 묘사, 외모에 대한 평가,그리고 ‘하루의 즐거움’을 위한 상대 탐색에 머문다. 나는 이것이 곧바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이 방식만이 유일한 현실이라면 문제가 있다.이대로 계속된다면, 우리는 왜곡된 욕망과 관계의 방식으로만 흐를지도 모른다.나도 이 구조 속에 있었고,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내가 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어쩌면 우리 모두—은관계를 내세운 욕망의 벼랑 끝을 위태롭게 걷고 있다는인상을 지울 수 없다.비슷한 길을 먼저 지나간 BDSM 커뮤니티는 조금 .. 2025. 6. 4.
극장의 뒤편, 그 골목 누구나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하지만 그 골목은, 그날의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들키고 싶었던 무엇이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고요했다.극장의 뒤편, 어둠과 가로등이 맞닿은 지점에서 골목은 조용히 안쪽으로 휘어 있었다. 너는 그 끝에 있었고,나는 한 걸음 떨어져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아주 천천히, 마치 무대의 막이 오르듯. 가로등 아래, 니트와 치마 아래나는 오늘도 어떤 방어도 하지 않았다.속옷도, 핑계도, 변명도 없이. 나는 너를 향해 돌아섰다.너의 시선은 내 목덜미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폰의 각도, 살짝 든 고개, 들리지 않는 숨결까지—말은 없었지만, 너는 이미 알고 있었고,나는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양손을 들어 니트의 밑단을 쥐었다.천이 올라올 때, 가슴의 .. 2025. 5. 18.
도로 위의 여자 셔츠는 얇고, 치마는 가벼웠다.속옷은 입지 않았고, 몸은 알고 있었다.이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건, 단순한 무모함도 아니고 단순한 연출도 아니었다.나는 지금, 한 장면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너의 시선이 만든 공간,나를 위한 무대,그리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의 첫 프롤로그. 신호등이 깜빡이고,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내 옆을 스친다.나는 천천히 숨을 쉬었다.가슴은 천에 부딪힐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고,치마 자락은 허벅지의 곡선을 따라 살짝살짝 떠올랐다.바람은 생각보다 부드러웠지만,그 부드러움이야말로 나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게 했다. "보여?"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눈빛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확인은 나를 방어하게 만들 테니까.나는 숨어들고 싶지 않았다.오늘의 나.. 2025.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