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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체성14

5단계: 언어로 새기는 기록 ㅡ 감정과 자기 이해의 층위 이 단계는 어쩌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구체적인 실천이나 명확한 분석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느껴지는 변화. 이전의 네 단계가 ‘의식의 작업’이었다면, 이 다섯 번째 단계는 그 의식이 감정과 감각의 가장 깊은 결로 스며드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흔히 변화는 생각의 전환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감정의 반응에서 확인되는 듯 하다. 나는 그 흐름 속에서 더 부드럽게 반응하고, 더 예민하게 감각하며, 이전에는 회피하던 감정의 물결에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내 몸을 내맡기게 되었다.이것은 의도적인 행위라기보다 스며드는 ‘느낌’이었고, 의지적인 노력이 아닌 감각의 재편이었다. 오래도록 나를 따라다녔던 우울도 다시 마주했다. 그 감정은 한때 나를 휘몰아쳤지만.. 2025. 7. 16.
4.5 단계: 멈출 수 없는 회로, 멈추고 싶은 마음 난 어제,내가 미처 다듬지 못했던 감정과아니, 그저 옳다고 믿어왔고단지 불편감에 눌러둔 채 덮어놨던 어떤 욕구와 마주쳤다. 친목을 나누려 들어간 공간에서나는 꺼내지 말았어야 할 걸 꺼냈고결과는 예상과 달리… 부끄러움이었다. 내면의 언어화를 이어가던 그 와중에다시 길을 멈춰 서야만 했다. 그건 실수였을지도 모르지만,그 실수 탓에나는 또 한 겹,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제 저녁, 퇴근길.나는 레드홀릭스라는 커뮤니티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그리고 오래전에 멈췄다고 믿었던 내 회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이 나이에...그 수많은 세월과 실수를 지나왔건만,욕구는 다시 솟구쳤고, 나는 그 감각에 잠시 잠식되어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곳에 처음 인사를 남기고 다가가 보려 했.. 2025. 7. 10.
4단계: 자기 정체성의 뼈대 만들기 — 나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나는 과거의 기억과 욕망의 구조,그리고 내면의 목소리들을 따라 나를 이루는 조각들을 돌아보았다.그 탐색 끝에 남는 질문은, 여전히 단순하면서도 깊은 하나다. 나는 누구인가.그리고, 이 성향은 내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상상 속에서 증명받고자 했던 욕구는때로는 통제가 되고, 집착으로 흐르기도 했다.그런 나로 인해 누군가는 다쳤고, 나 역시 상처받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내 욕망에 이름을 붙여주었고,또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감정과 책임의 언어로 정제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예전에는 불안을 감추기 위해 상대를 움켜쥐려 했다면,지금의 나는 지켜보고 기다리는 쪽에 가깝다. 사랑을 강요하기보다, 함께 감정을 얹어 흐름을 느끼.. 2025. 7. 3.
3단계: 내면의 목소리들 — 나를 멈추게 한 것, 나를 밀어붙인 것 욕망은 단지 외부 자극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에서 길러진다—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외부에서 온 자극과 내 안의 해석 체계가 교차하면서 자라난다. 여기서 말하는 ‘해석’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해석은 대부분 비자각적인 정서 반응으로 이루어진다.아이였던 나는 그저 느끼고, 흔들리고, 두려워하고, 기뻐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감정의 잔향들은 반복되며 몸의 기억이 되었고, 그 기억은 무의식 속에서 “이럴 땐 이렇게 반응해야 한다”는 하나의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경험도, 누구에게는 두려움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갈망이 된다. 이 차이는 경험 그 자체보다도,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내면의 구조’—즉, 욕망을 해석하는 나만의 목소리들 때문이다. 🔹 말하지 않는 자 — 내면 깊.. 2025. 6. 25.
2단계: 욕망의 구조 해부 — 자극의 요소와 심리적 층위 나는 지금의 욕망이 단순한 성적 취향이 아니라, 내 내면의 구조 안에서 자라난 생의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해오고 있다. 이 글은 그 욕망의 구조를 해부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조금 더 깊고 세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적인 에너지와 내면의 상처가 만나 어떻게 파괴적일 수 있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정제되어 가는지를 미숙한 지식과 지혜로 풀어나가 보려 한다. 🔹 시선이 머무는 곳 – 엉덩이라는 감각의 기원 어린 시절, 친구들과 술래잡기 도중 리어카 뒤에 숨어 지나가던 한 여성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몸에 달라붙는 치마,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던 엉덩이의 곡선. 그건 단지 시선의 고정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 감각의 순간이었다.어린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 2025. 6. 20.
1단계 : 기억의 탐사 ㅡ 성적 자각의 기원 “나는 왜 이 욕망을 가졌을까?” 아니,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이 질문은 어느 순간부터 내 내면 깊은 곳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물음이자, 역설적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욕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내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나를 누구라고 말할 수 있을지— 그것을 알고 싶었다. 단지 쾌락이 아니라 존재, 발정이 아니라 감정, 욕망이 아니라 구조로서. 이 글은 내가 글로 풀어낼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기억의 단초들을 따라가며,내가 어떻게 '욕망하는 주체'로 성장해왔는지를 천천히 밝혀보는 시도다. 🔹 엎드린 아이 — 첫 감각의 이질성 정확하진 않지만 국민학교 3~4학년 무렵, 어느 날 나는 바지와 속옷을 모두 내린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그 순간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엉덩이에 집중된 감각, 어딘가.. 2025.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