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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나의 라캉, 나의 융 ㅡ 경험으로 다다른 체계나는 철학이나 심리학을 목적 그 자체로 다루지 않는다.그것들은 내 삶을 더 잘 알아가고 살아내기 위한 도구이며,내가 경험한 것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언어일 뿐이다.라캉과 융도 마찬가지다.그들의 말을 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해했다기보다는,그 문장들이 내 삶의 특정 장면들을 번쩍 비춰주었을 때비로소 나는 무릎을 칠 수 있었다.후술하겠지만, 나는 그들의 이론이나 책을 읽으며의학적인 지식이나 고도의 통찰을 얻은 것이 아니다.애초에 내게는 그런 기반이 없었다.내 시작은 다만, 닥치는 대로 책을 검색하고, 사고,눈과 마음에 꽂히는 문장들을 그저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 전부였다.나는 이론적인 이해보다,내가 지나온 경험들,그리고 내가 겪은 감정의 파편들이그 문장 하나하나에 반사되어 비.. 2025. 8. 15.
2. 정체성: 성향이 정체성이 되는 과정 ㅡ 심리학과 자기 구조의 관점에서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욕망이 성향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며, 모든 성향이 곧바로 정체성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어떤 욕망은 그저 스쳐가는 경험으로 남고, 어떤 성향은 반복되어도 삶의 중심에 자리 잡지 못한다. 반면, 어떤 성향은 점차 자기 존재의 핵심으로 뿌리내리며 삶의 선택과 관계, 사랑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 아래에서 욕망은 성향이 되고, 성향은 다시 정체성으로 진화하는가? 이 글은 그 물음을 따라심리학과 자기 구조의 관점에서 욕망의 자기화 과정,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존재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1. 인지 부조화 이론 ㅡ 합리화가 아닌 자기화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 2025. 8. 4.
1. 기원: 욕망에 새겨진 이름 내게 '욕망'이란 단어는 단순히 끌림이나 갈증을 넘어선다.그것은 나를 이해하고, 사랑을 배우며,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게 해 준 삶의 나침반이었다.그리고 그 나침반의 바늘이 처음 격렬하게 흔들렸던 순간은,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회의 눈으로는 '금기'라 여겨질 경험에서 시작된다.나는 그 경험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복합적이며 동시에 치유적일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녀, 욕망에 이름을 붙이다 ‘초대남’이나 ‘멀티플’, ‘쓰리썸’이라는 단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었다.제대 후 친구들과 함께 떠난 바닷가에서 그녀를 만났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서툴렀지만, 진심이었고, 그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는 함께 어떤 심연을 걸어간 듯했다.그녀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연상이었다.낮에는 평범한 연인이었.. 2025. 7. 30.
1. 욕구, 욕망, 성향 표현되지 않았던 것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ㅡ비단 성적인 것들만이 아니라도ㅡ일, 관계, 소통의 모든 영역에서 무수한 감정들을 느낀다.무언가를 갈망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워하며, 스스로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 대부분은 정확히 짚어 표현되지 못한 채, 마음속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왜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우리는 어떤 감정에 단어나 문장을 붙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때로는 그 감정에 어울리는 말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해서,혹은 그 감정이 정말로 나에게 ‘허용된’ 감정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서감정과 언어를 연결 짓는 능력 자체가 흐릿하게 길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모호한 감정과 함께 살아간다.욕망인지, 외로움인지, 사랑인지 알 .. 2025. 7. 26.
안녕. Ozzy https://youtu.be/YFSgYa8YfWk?si=uPMkFPRYU-nIwCk2 우연히 퇴근 길, 기사를 접했다. 이젠 걸그룹 노래가 더 많은 내 플레이리스트.그래도 늘, 꼭 한 자리를 차지하던 그의 곡. 순간,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어… 왜?’나도 당황했다. 그 순간,고등학교 시절부터 20대의 시간들이주마등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 지나갔다. 어떤 기억들은삶 자체에 새겨지는 듯하다. 이미 기타를 놓은 지 20여 년.밤새며 스케일을 짚어가던 손끝이괜히 아리는 듯했다. R.I.P.내 전설,내 젊은 날의 조각. 2025. 7. 23.
초여름, 계단 목에는 은빛 초커가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Stag & Vixen"이라는 작은 글자가 새겨진 그것은,오늘의 목적이 단순한 산책만은 아니라는 사실을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 위에서 은은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셔츠는 반 치수 작았고,봄과 여름의 경계에 선 저녁 공기는 그 얇은 천을 따라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단추는 세 개쯤 풀려 있었다.그 사이로 드러나는 가슴의 윗선은 무심한 듯 보였지만,모든 것은 의도 아래 놓여 있었다.나는 브라를 입지 않았다.천 아래의 미세한 움직임은 그대로 살아 있었고,작고 선명한 중심은 셔츠가 흔들릴 때마다 더욱 또렷이 드러났다.그러나, 그 감각은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너를 위한 준비였고, 네 기대를 조용히 반영한 침묵이었다. 짧게 수선된 짙은 회색 치마는 허벅지가 끝나는 선 위에.. 2025.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