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말로 베는 칼 ㅡ 오래된 쾌감
JinTheStag
2025. 7. 9. 23:12
정말 오랜만에 미친 짓을 한 듯하다.
조금 전, 어떤 커뮤니티에서
어느 분과 나눈 댓글 대화를 마치고 나서
괜히 입안에 쓴맛이 감돌았다.
처음에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이건 내가 더 잘 알아.”
“이건 내가 증명할 수 있어.”
그런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결국 나는 또 한 번 그 짓을 꺼내고 말았다.
나는 한때 정치 게시판에서
논객으로 꽤 오래 활동한 적이 있었다.
논문을 뒤지고, 일부러 어려운 용어를 끌어다 쓰고,
심지어 상대 진영의 논리를 가공해
마치 우리 편의 논리인 양 포장해 던진 적도 있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비웃고, 짓밟는 것을
정의라고 착각했던 시절이었다.
왜 그랬냐고?
솔직히 말하면, 결핍이었다.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을 것 같은 감정.
말로라도 이겨야 내가 존재하는 것 같았던 그 시절.
그 쾌감은…
지금 와 돌이켜보면, 내게는 섹스만큼이나 강렬했다.
그래서 절필했다.
토론을 전쟁터로 만들고,
칼 같은 언어로 상대를 베어내는 내 모습이 역겨워서.
설득이 아니라 적대를 키우고 있다는 자각이 찾아왔을 때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그 쾌감이 다시 찾아왔다.
예의 뒤에 칼을 숨기는 일.
그건 여전히 내게 너무 쉽고,
익숙하고,
무서운 일이다.
댓글을 마치고 나서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걸 버린 게 아니었다.
그저 숨겨두고, 덮어두고,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뿐이었지.
"넌 아직 멀었구나."